국민을 위한 재판
특허소송체계의 정비

2011년 7월 20일 법률 제10629호로 시행된 「지식재산기본법」 제20조는, “정부는 지식재산 관련 분쟁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되어 권리 구제가 충실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소송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제1항). 정부는 지식재산 관련 분쟁해결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소송 체계를 정비하고 관련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특허소송 체계의 정비 및 소송 절차의 간소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이미 2012년 5월 30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지식재산권 분쟁해결제도 선진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하여, 특허소송제도 개혁을 공론화 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를 피할 수 없다면 법조계가 수동적으로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유사직역들의 소송대리권 부여 공세를 방어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법조계가 적극 나서서 특허소송제도 개혁 논의를 주도적․선제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대법원이 주축이 되어 사법제도개혁 차원에서 근본적이고도 포괄적인 특허소송 체제 정비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현재 논란 중인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제 도입 문제는 단순히 변호사와 변리사 사이의 직역 싸움이 아니라 변호사대리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것으로 소송절차의 근간에 관한 사항이므로 대법원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문제는 이제 포괄적인 특허소송 체계 정비 논의의 틀 안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제도 개혁은 1998년 특허법원 개원 이후의 공과를 분석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현재의 틀 안에서 세부적인 절차의 개선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 특허소송의 틀을 근본적으로 정비하는 개혁이 되어야 한다.
예컨대, 특허재판의 전문화 내지 기술판사제도의 도입 방안, 간단한 특허재판의 단독화 방안, 특허법원의 관할을 확대하거나 특허침해소송의 관할을 집중하는 방안, 특허법원을 ‘지식재산법원’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 특허법원소송에 대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삭제하거나 변호사와 공동대리하도록 개정하는 방안, 특허소송에서의 변호사강제주의 도입 방안, 변리사가 기술설명인․특허보좌인․소송보조인으로서 소송절차에 관여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여야 한다.
제18대 국회에서 특허침해소송에 대한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권을 규정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까지 통과한 적이 있다.
당시 변리사단체가 과학기술계와 특정 언론을 등에 업고 개정안 통과에 사활을 걸었다.
그렇게 변리사단체가 법 개정을 서둘렀던 것은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법조인이 대거 쏟아져 나온 후에는 법 개정의 동력이 상실될 것으로 우려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는 2011년 8월 8일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의 공동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은 다양한 전문분야 전공자에게 변호사자격을 부여하고자 하는 로스쿨 도입취지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소송대리를 하려면 정정당당하게 로스쿨에 들어가 변호사자격을 취득하라고 반박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미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2011년 8월 1일 대한변협신문 사설을 통해 특허소송 체계와 절차 개혁의 차원에서 대법원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변리사, 법무사, 공인노무사 등 유사법조직역의 소송대리권 문제는 단순한 직역 싸움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민사소송법상의 변호사대리원칙에 대해 별도의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것으로서, 근본적으로 변호사제도를 향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변호사제도와 소송대리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중요한 문제로서, 적어도 민사소송법의 개정이 병행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변리사법의 소관인 국회 지식경제위에서 통과하였으니 법사위에서도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민사소송법이 법사위 소관의 고유 업무인 점 및 법사위가 자구 심사만이 아니라 법체계 심사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무리한 발상이다.
그리고 법사위가 이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는 민사소송법과 변호사법의 주무부서인 법무부의 의견과 소송절차를 직접 담당해야 하는 법원의 입장을 존중할 필요가 있음은 당연하다.
나아가, 2011년 7월 20일 법률 제10629호 「지식재산기본법」시행 이후의 상황 변화에 발맞추어, 대법원이 주축이 되어 사법제도개혁 차원에서 ‘근본적이며 포괄적인 특허소송 체계 및 절차 정비 방안’을 마련하고, 그 틀 내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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